국내총생산(GDP)
‘경제활동 지표’의 필요성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얼마나 잘 사는 나라에 속할까? 우리나라는 5년 전, 혹은 10년 전에 비해 얼마나 잘 살게 되었을까? 이런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상호 비교가 가능한 수치가 필요하다. 한 나라의 경제활동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치를 ‘경제활동지표’라 하며, 국내총생산, 국민 총생산, 국제 수지,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경제 지표는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하거나 기업이 투자계획을 세울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국내총생산(GDP)이란?
최근‘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이웃 나라 중국의 경제활동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그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대표적 경제활동 지표인 국내총생산(GDP)이 필요하다. GDP란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여 더한 값이다. GDP의 개념은 ‘어느 나라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생산활동에 참여했느냐’에상관없이 그 나라 안에서 만들어낸 모든 것을 계산한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의 생산활동은 우리나라 GDP에 계산된다. 반면, 삼성이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것은 우리나라 GDP에 계산되지 않고 중국의 GDP에 계산된다. 외국 모델이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우 이는 우리나라 GDP에 계산되지만,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활동은 미국 GDP에 계산된다. 이처럼 GDP는 국적이 아니라 영토가 기준이 된다.
GDP는 일정기간 동안 생산된 것으로, 현재는 분기 또는 1년 동안 새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만 계산된다. 지난 기간에 만들어진 주택, 자동차 등은 올해 GDP 계산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3년전에 만들어진 자동차를 올해 중고차로 구입했다면 어떻게 될까? 자동차의 생산 가치는 이미 3년 전 GDP에 계산되었기 때문에 다시 계산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중고차를 구입할 때 중고차 딜러가 개입했다면 이 과정에서‘중고차 중개’라는 서비스가 창출된 것이고, 중고차 구입가격 중에서 딜러에게 지불한 중개수수료는 올해 GDP에 계산된다. 따라서 중고차 매매의 경우 GDP에 계산되어야 할 가치는 중고차 딜러가 창출한 매매 수수료가 된다. 한편 GDP는 새롭게 생산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생산 활동이 아닌 단순한 소득의 이전(income transfer)은 GDP에 계산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가 세금을 거두거나 거둔 세금을 다시 돌려주는 행위는 생산된 자원의 소유권만 이동시킨 것으로 GDP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말 정부가 실시한 유가환급금 지급이다. 정부가 저소득 계층에게 주는 지원금, 부모가 자녀에게 주는 용돈, 설날 세뱃돈 등도 이전지출에 해당한다.
GDP는 모든 최종 재화와 서비스를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이는 중복계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붕어빵 장사가 시장에서 구입한 밀가루, 단팥, 붕어빵 굽는 틀 등은 중간재로 GDP 계산에서 제외하고 최종 생산된 붕어빵의 가치만 GDP에 포함한다. 왜냐하면 붕어빵이라는 최종재의 가치 속에는 이미 중간재의 가치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평가되지 않는 활동은 생산 활동 같아 보이지만 GDP 계산에서 제외한다. 지하경제나 주부의 가사노동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생산 활동이지만 시장에서 평가되기 어려워 통계에 포함되지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농부가 생산한 농산물을 스스로 소비하는 경우,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사는 경우, 기계류 생산업체가 자신이 생산한 기계류를 이용하는 경우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았지만 GDP 계산에 포함한다.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생산(GNP)
국내총생산(GDP)이 경제주체의 국적에 상관없이 그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치를 합산한 것이라면, 국민총생산(GNP)은 ‘어느 나라에서 생산했느냐에 관계없이 ’일정 기간(보통 1년) 동안‘ 한 나라 국민들’이 국내·외에서 생산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가치를 합산한 것이다. 국제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GNP와 GDP 간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국제화가 급격히 진전되고 노동이나 자본의 국가 간 이동이 확대됨에 따라 GNP보다는 GDP가 그 나라의 경기 및 고용 사정을 더 잘 반영하게 되었다. GNP는 국적 개념의 지표로서 한 나라 국민이 생산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을 나타내는 지표다. 중동 건설 현장에 파견된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생산활동은 국내총생산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국민총생산에는 포함된다. 따라서 한 나라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을 나타낼 경우 GDP보다 GNP가 더 적합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국민총생산(GNP)은 지표에서 사라지고 없으며 국민총소득(GNI)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사례 및 통계 참조).
GDP의 한계
GDP(국내총생산)는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제지표지만 계산상의 한계가 있다. GDP는 시장을 통하지 않고 거래되는 재화나 서비스를 포함하지 않는다.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GDP에 포함되지 않지만 가사도우미의 가사노동은 포함된다. 사람들이 카센터에 가지 않고 스스로 차를 수리한 경우나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 부모가 직접 자녀를 가르친 것은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 것이지만 시장에서 거래된 것이 아니므로 GDP에 계산되지 않는다. 2005년 여성개발원은 전업주부의 1인당 가사노동이 월 111만 원, 연 1,337만 원의 가치를 지니며,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을 모두 합하면 약 219조 원의 가치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우리 국내총생산 GDP의 28.2%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GDP가 그만큼 국민 경제활동 수준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GDP는 그 나라의 환경·근로 시간·여가 등과 같은 삶의 질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 예컨대 어느 나라의 기업들이 생산활동을 활발히 한 대가로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근로자들은 여가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하고 일만 하게 되었다면 그 나라의 GDP는 크게 늘어나겠지만 삶의 수준은 오히려 나빠지게 된다. 여가를 더 선호하는 프랑스의 GDP가 미국보다 낮다고 해서 프랑스가 미국보다 더 못 사는 나라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교통사고의 증가나 질병의 확산 등으로 병원의 수입이 증가하면 그만큼 GDP는 늘어나게 되지만 많은 국민들의 고통이 늘어났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GDP계산 방법은 문제를 갖고 있다.
또한 GDP는 총량 개념으로서 그 나라의 소득분배나 빈부격차를 알려주지 못한다. GDP가 동일한 나라들 사이에서도 소득분배 상태는 나라별로 다를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소득이 높은 계층과 낮은 계층 사이에 수만 배의 차이가 있고, 다른 나라는 수십 배 정도의 차에 그칠 수도 있다. 이처럼 GDP는 각 나라의 경제적 규모를 알 수 있을 따름이지 그 나라 국민들의 빈부격차나 소득분배 상태를 알려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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